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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은주 대표 / 추억을 파는 극장(한국)


“실버문화 창출은 함께 잘 사는 길입니다”



서울의 종로2가 허리우드극장이 새 모습으로 변신했다. 60-70년대로 돌아온 착각을 일으킬 만한 낡은 극장 간판과 복고풍 영화 포스터들 사이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노부부들이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들이 가는 곳은 실버영화관으로 새 단장한 허리우드극장이다. 추억을 파는 극장인 실버영화관을 운영하는 김은주 대표이사를 만나보았다.

반갑습니다. 김 대표님. 한국 최초로 노년층 전용영화관인 실버영화관을 운영중이신데요.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요. 아는 분의 권유에 의해 영화계 마케팅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방과 서울의 극장에서 일해 왔는데요. 한 극장을 시사회 전용관으로 운영하면서 기획전을 가졌는데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어요. <더티댄싱(1987년 개봉)>의 개봉 당시 3500원에 개봉했는데요. 입장권도 복고풍으로 만들고, 영화간판도 직접 붓으로 그려 만들고, 영화관 로비에는 LP판으로 당시 유행하던 음악을 틀었지요. 그러자 저희가 상상치도 못했던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경험했습니다. 한달동안 6백석 규모의 극장에 1만명의 관객이 들었거든요. 대부분 어르신들이었는데 저희에게 ‘너무나 고맙다’면서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면 좋겠다’하셔서 저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스카라극장을 운영하면서 대박돌풍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스카라극장이 재개발로 철거가 되었어요. 그래서 허리우드극장을 인수하여 3백석 규모의 노인전용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을 2009년 1월 개관하였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서대문 아트홀(구 화양극장)도 문을 열어 현재 실버영화관을 두 군데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버영화관이라면 아직도 대중에게는 생소한데요.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말 그대로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영화관입니다. 어르신 관객에 맞는 영화를 선택하여 상영하고, 가격도 어르신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5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2천원에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은 외국인관광객과 모국방문한 한인이민자들의 필수관광코스가 되다시피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오시면 영화를 보신 후 ‘한국에 오랜만에 와 보니 너무 생소하고 낯설다. 그런데 이곳은 옛 정과 추억이 새롭게 살아나서 너무 좋았다‘고 감사의 말씀을 하시고 가십니다.

실버영화관답게 어른신들이 좋아할만한 영화선정이 열쇠일 텐데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또 어떤 작품들이 인기가 있는지요?

영화는 1년에 60-70편 정도, 매주 한편씩 상영합니다. 작품 선정은 관객맞춤형으로 합니다. 상영년도를 기준으로 그 해 5위권 안의 영화 가운데 어르신 관객이 신청한 영화의 순위를 토대로 상영여건에 맞는 영화를 선정합니다. 물론 세계영화 100선 같은 것도 참고하지요. 또한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매주 작품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정비용이 많이 들지요. 매주 바꾸는 이유는 어르신 단골 관객 중에서 매주 일정한 요일에 출근하시듯 저희 영화관에 오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정적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매주 영화를 새로 걸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영된 작품 중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작품은 역시 <사운드오브뮤직>, <미션>, <벤허>.. 순입니다. 지난 3월에는 한달 동안 서대문아트홀에서 바이블영화제도 하셨는데요. 어떻게 바이블영화제를 개최하게 되셨나요?

저는 모태신앙으로 자랐습니다. 스카라극장을 운영하면서 제법 큰 돈도 벌게 되었는데요. 짧은 삶이지만 살아온 과정이 하나님의 예비하심이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참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이 올 때마다 지금의 시련도 다 하나님께서 미래의 축복을 위해 예비하시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감당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버영화관을 하면서 시련이 참 많았습니다. 영화산업을 하면서 제가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나자 더욱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련이 닥칠 때마다 기도원에 들어가 금식으로 기도합니다. 아마도 사람에게서 위로받으려 했다면 이미 자살했을 겁니다. 매주일 직원들과 예배도 드립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교회를 있게 한 분들은 교회 내 원로인 어르신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묵묵히 평생을 사역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바이블영화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전단을 만들어 교회마다 뿌리면서 거의 무료로 어르신들을 초청했고 또한 그분들이 주변의 예수 믿지 않는 친구들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바이블영화제도 큰 호응을 얻었고 또 기독교전용극장에의 비전도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

많은 분들이 바이블영화제를 다녀가시면서 감사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연 1회 바이블영화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입니다. 또한 기독교전용관은 제 오랜 꿈입니다. 허리우드 극장보다 저 좋은 자리에 기독교전용관을 만들어 기독교영화를 상영하여 초대권으로 자연스럽게 전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실 지금 실버영화관도 적자이기에 재정적으로 무척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기에 꼭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참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신데요, 향후 비전도 함께 나누어주시겠습니까?

저는 기독교전용관과 더불어 동네다방도 부활하고 싶습니다. 극장은 재정문제로 더 만들기는 힘들 것 같구요. 1천원이나 2천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동네 어르신들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네다방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위해 내년에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후원의 통로도 열어볼 계획입니다. 모두들 미래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시지만 대부분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막연한 미래를 꿈꾸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늙음’이 우리 미래의 구체적 모습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실버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에게 닥칠 확실한 미래인 노년에 함께 잘 살 수 있는 선투자인 셈이죠. 보다 많은 분들이 실버문화에 관심을 가지시고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대담·정리 최국희 한국 취재기자


△실버영화관 까페에서 영화상영을 기다리는 어르신관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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