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졸업 후 한 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사역하는 B전도사는 수년째 주중에는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전임 사역자 자리를 구하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이러다 주말 사역자로 고착화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목회자를 꿈꾸는 신대원 졸업생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전임 자리를 구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정체된 반면 신대원 졸업생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임이 되지 못한 이들은 파트타임으로 사역하며 부업을 하거나 목회자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바늘구멍 같은 전임 사역자 되기=신대원 졸업생들은 전임 사역자를 선호하지만 실제 전임 사역자가 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침례신학대 신대원장 이형원 교수는 “올해 신대원생 118명이 졸업했는데 이 중 50%는 전임 사역자, 35%는 파트타임 사역자로서 임지가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대 신대원도 비슷하다. 장신대 신대원장 박상진 교수는 “남성 전도사는 50%, 여성 전도사는 25~30% 정도가 전임으로 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엔 전형적인 목회보다 NGO나 사회복지재단 출판사 등 특수선교 쪽으로 진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바로 개척하는 경우도 있지만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영산신학대학원 신문철 학과장은 “지난해 졸업한 116명 중 45명은 전임 사역자, 15명은 신학석사 과정, 5명은 해외선교 준비 중이고 나머지 51명은 파트타임으로 사역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신대 신대원의 경우 졸업생들의 전임 사역자 진출 비율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학교 측에서는 70~80%가 전임 사역자로 간다고 밝혔지만 원우회 측은 15% 정도만 전임이고 65%는 파트타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신대원과 비교하면 군소 교단이나 무인가 신대원은 훨씬 더 열악하다. 총신대 신대원 전 원우회장 C목사는 “군소 신대원이나 무인가 신대원을 졸업한 경우 파트타임까지 포함해도 사역지를 구하는 비율 자체가 20%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생계 유지도 힘든 파트타임 사역자=파트타임 사역자에 대한 처우는 시간제 아르바이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를 위해선 다른 일을 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파트타임으로 사역하며 월 80만원의 사례비를 받는 D전도사는 다음달 아기 아빠가 되지만 불안정한 생활형편 때문에 걱정이 많다. 그는 “보통 수요일과 주말에 일하는데 평일에도 행사가 있으면 수시로 교회에 나가야 한다”면서 “사역 시간이 불규칙하니 제대로 된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려운 데다, 교회에선 경제적 이유로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생활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대원을 졸업한 E전도사는 “일부 교회에서는 파트타임 사역자에게 월 50만~60만원에 불과한 사례비를 주면서 헌신만 강조하고, ‘너 말고도 쓸 사람 많다’는 식으로 대우한다”면서 “하나님께 사명을 받고 신대원을 졸업했지만 주위 여건을 보면 숨통이 조여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중·대형교회는 파트타임 사역자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교회에는 지원자들이 몰려 전형이 4~5차까지 진행되곤 한다.
◇‘양질의 교육’으로 소수정예 목회자 양성해야=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목회자 수급 불균형에서 찾았다. 목회자 과잉공급 해소가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다. 박 교수는 “기독교 인구는 감소하는데 신대원 졸업생은 증가해 왔다”면서 “예장통합 교단만 해도 신학교가 7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 감소로 일반 대학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신학대 운영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침신대 한 교수는 “일부 신학교는 통일 후 북한에 보내기 위해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등 여러 명분을 들어 정원 감축에 부정적”이라며 “그러나 실제로는 정원을 감축하면 신학대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합동신학대학원대 학생처장 이승구 교수는 “가톨릭은 소수의 인재를 선발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면서 “개신교도 신학대 정원은 줄이고 지원은 늘려서 예비 목회자들을 소수 정예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질의 교육 제공에는 동의하면서도 무조건적 정원감축에는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감신대 장성배 교수는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면서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키워 제3세계와 지방도시 등으로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