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를 쉽게 뽑지 않는............목사안수 후보생 면접
- 작성자 : HesedMoon
- 14-03-17 22:56
취재하러 갔다가, 나도 모르게 ‘힐링’을 경험하다
김진영 기자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
“심리검사 결과를 보니, 전도사님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면서도 대인관계에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네요. 강박증적 모습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최은영 면접위원, 이하 최)
“그래도 사람들 앞에 자주 서면서 그런 면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긴 합니다. 그런데 강박증이라면…”(A 목사 후보생, 이하 A)
“네, 어떤 일에든 완벽함을 추구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무언가가 흘러가 주길 바라는 심리죠.”(최)
“……, 사실 그렇습니다.”(A)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자리는 완벽한 사람을 찾는 곳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누구나 부족한 죄인이니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죠. 다만 ‘내가 하나님 앞에 이렇게 부족하구나’라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목사가 되려는 사람에겐 더욱 그럴 거예요. 알고 보면, 치유는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순간 시작되죠.”(최)
17일 서울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양재동 횃불센터 믿음홀에서 진행된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회장 신상우 목사, 이하 한독선연) ‘제29회 목사안수 후보생 면접’ 중 오갔던 대화다. 이런 진지함 때문에 길어지고 또 길어졌던 면접. 하루종일 진행된 이날 면접에는, 이미 인성검사를 마치고 목사고시를 통과한 총 157명의 후보생들이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 면접은 ‘형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미 ‘필기’ 시험이라는 ‘난관’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숨 고르기’랄까.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적어도 대학 입시를 경험해 본 이라면 쉽게 부정하기 힘들 테다. 하지만 목사는 머리보다 그 너머에 있는 마음과 영혼을 더 많이 쓰는 ‘성직’이다. 그러니 목사가 되려는 사람을 ‘필기’로만 평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수박 겉 핥기’와 결코 다르지 않다.
어쩌면 ‘상식’과도 같은 것인데, 한독선연의 이날 면접을 2시간 가량 지켜보면서, 이런 상식을 지킨다는 걸 느끼고 새삼 놀랐으니, 이는 기자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이런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 현실이 그저 일상인 양 너무 둔감했던 탓인지….
면접은 4명을 앉혀놓고 한꺼번에 공통된 질문을 던지는 1차 전체면접과, 이후 3명을 나가게 한 뒤 개별적으로 심리상태 등을 점검하는 2차 심층면접 순서로 진행됐다. 인상적이었던 건, 면접위원들이 사전 실시된 심리검사와 후보생들이 직접 써낸 자기 소개서 등을 토대로, 후보생들이 살아온 삶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때론 이 과정에서 후보생 스스로도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며 놀랐다.
▲한독선연의 과거 목사안수식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
“자존감이 다소 낮아 보이네요. 내면에 불안함도 있는 것 같고.”(면접위원)
“그런가요? 몰랐는데….”(후보생)
“이번 기회에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면 어떨까요? 이런 심리상태라면 누구보다 후보생 자신이 가장 힘들 테니….”(면접위원)
이런 대화들인데, 그럴 때마다 면접위원들은 “앞으로의 사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조언하는 것일 뿐, 결코 당신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면접위원 중 하나였던 한독선연 신상우 회장이 묻는다. “아내와 갈등했던 적이 있나요?” 잠시 숨을 고른 후보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때 그랬죠. 성격이 많이 달랐거든요.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아내를 만나게 하신 이유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했습니다. 지금은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껴요. 그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요. 아내나 남편은 결코 인생의 짐이 아닙니다. 한 쪽이 약하다고 해서 강한 쪽이 반드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도 잘못이죠. 그야말로 부부는 동역의 관계입니다. 아내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네요. 앞으로 그 경험이 목회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니,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신상우 회장)
면접이라기보다 차라리 상담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당락을 가리는 ‘차가움’ 대신 소망을 키우는 ‘따뜻함’이 더 많았던 까닭이다. 기자 역시, 취재 도중 잠시 ‘본분’을 잊고 마치 목사 후보생이라도 된 것처럼 면접위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힐링’을 경험하기도 했었으니.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은 결코 아니었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그를 위해’ 면접위원들은 목사안수를 보류하기도 했다.
면접을 마친 후보생 한 명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일부 교단들이 가진 경직성과 권위주의에 실망해 한독선연에서 목사안수를 받기로 결심했다”며 “그런데 안수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로워, 처음엔 좀 놀랐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신뢰가 생기기도 했다. ‘목사를 쉽게 뽑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한독선연 목회국장 윤세중 목사는 “한독선연은 최근 약 2년간 일종의 ‘자정’(自淨) 과정을 거쳤다. 임원 등 조직을 새로 구성하고, 의사결정 구조와 행정절차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했다”며 “올해는 한독선연이 시작한 개혁의 3년차로써 본격적인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하나님 앞에 바로 선 일꾼들을 한 명 한 명 찾아 세우는 데 있을 것”고 강조했다.
한편 한독선연은 이날 면접을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오는 4월 14~16일 경기도 분당 할렐루야교회(담임 김승욱 목사)에서 세미나를 개최한 뒤, 같은 달 21일 역시 할렐루야교회에서 제29회 목사안수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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