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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전병두목사 칼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전병두 목사

오레곤 주 유진 중앙 교회 담임 목사

대청마루와 방들을 연결시켜 만든 예배처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했습니다. 마루 밑에 벗어 놓은 신발들이 주일마다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안내위원은 예배에 참석하러 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일뿐 아니라 신발 정리하는 것에도 적잖은 신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교회가 성장되어 가는 모습이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았습니다. 공단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주민들 중에서도 예배 참석하는 자들이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성탄절이 다가왔습니다. 일곱 개의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교회에서 성탄 예배를 마치고 청년들은 성극을 했습니다.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목자들과 함께 불렀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찬양은 소박한 하늘의 천사들이 내려와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는 하루 하루 활력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교회 주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마을에 교회가 들어서자 교회의 입주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교회 때문에 집 값이 하락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회당의 서쪽 담장 넘어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유난히 교회에 대한 반감이 심했습니다. 자신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교회는 싫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을 모아 교회가 이사를 나가도록 괴롭혀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쩌다가 길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 고개를 돌렸습니다.

어느 날 조용하게 새벽기도를 드리고 있는 데 교회 쪽으로 나 있는 집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스피커 소리를 최대한 높여서 유행가를 틀기도 했습니다. 그 가정이 교회를 반대하지 않도록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차츰 이런 사람들의 마음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반대의 강도는 거세어 가기만 했습니다. 예배 도중에 기와 지붕위로 돌맹이들이 날아오는 소리도 들려오곤 했습니다. 술에 잔뜩 취한 청년들이 갑자기 교회 문앞에 몰려와 큰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그 해 십이월의 부평은 참 추웠습니다. 성탄절이 지난 이틀 후 저녁상에 둘러 앉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따뜻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거칠게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시후 누군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습니다. 막 일어서려는 데 굵은 남성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전도사 있나? 이리로 나와 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방으로 밀고 들어 올 기세였습니다. 가족이라도 일단 보호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옷도 걸치지 못한 채 맨발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차거운 겨울 바람이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문 앞에는 우람한 청년 세 사람이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맨 앞에 선 청년이 바짝 다가왔습니다. 술 냄새가 확 풍겼습니다.

“너 예수 쟁이, 내 앞으로 나와 봐. 할 말이 있어”

청년들의 뒤에는 대 여섯 명의 사람들이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진정들 하시고 하실 말씀을 차근히 해 주십시오. 제가 잘 못한 일이 있었나요?”

“여기 교회를 차리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 마을 사람들이 교회를 반대하고 있는 것 몰랐나? 사람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야”

자세히 보니 낯선 청년들이었습니다. 동민들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이 마을 주민들은 아니군요” 그때 뒤에 서 있던 나이 쉰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봐, 젊은 이. 나는 이 기와집 바로 뒤에 살고 있네. 예수 쟁이들은 교회를 핍박하면 벌을 받는 다고들 하지? 우리는 그따위 협박을 믿지 않네... 너 맛좀 볼래?”

갑자기 저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다가 힘차게 뒤로 밀었습니다. 하마터면 넘어질뻔 했습니다. 청년들이 합세하여 달려들 기세였습니다.

 “자, 이 자리에서 우리 말대로 하겠다고 약속을 해. 그렇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을 거다. 교회문을 닫겠다고 약속을 해라”

맞아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더 교회를 지켜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마음 속에서는 뜨거운 기도가 하늘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주님, 도와 주세요. 이 자리에서 저 사람들에게 맞아 죽어야 한다면 죽겠습니다. 죽음은 두럽지 않습니다. 다만 교회만은 지켜 주십시오. 저의 가족을 주님께 맡깁니다...”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여섯 사람은 저를 가운 데 세워두고 금방이라도 칠 기세였습니다. 놀랍게도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죽이면 죽겠다는 다짐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추운 밤에 자정을 넘기는 긴 시간이었지만 추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습니다. 씩씩거리며 달려들 기세로 둘러섰던 사람들도 지쳤는 지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놈 지독한 놈이네. 우리 내일 와서 저놈을 해 치우세”

대문을 발로 쾅 박차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방에 들어오니 가족들은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아빠를 왜 때려요? 뭘 잘못했어요?”

어린 아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시간은 새벽 한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뜬 눈으로 뒤척이다가 새벽기도회를 위해 예배처소로 들어갔습니다. 그 날의 본문은 사도행전을 선택했습니다.

“제자들의 마음을 굳게 하여 이 믿음에 거하라 권하고 또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 하고...”(행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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