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목사 목회 컬럼] 사은의 음악회
- 작성자 : HesedMoon
- 17-01-26 14:17
사은의 음악회
전병두 목사
오레곤 주 유진 중앙 교회 담임 목사
지난 반년동안 정성 드려 준비해 왔던 제21회 음악회 개최 일이 밝았습니다. 이곳 정월의 일기는 늘 그렇듯이 맑은 하늘은 거의 볼수 가 없습니다. 진눈개비가 계속 내린 도로 위로 거북이 걸음 처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자동차들의 움츠린 모습을 몇일 째 보면서 부디 음악회 날 만이라도 활짝 개인 날을 맞이할 수있기를 위해서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했는 지 모릅니다. 오늘의 첫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여명이 밝아 오는 아침,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파란 하늘을 가르고 레이저 광선처럼 눈을 부시게 하는 햇살이 내려 앉는 교회당 지붕 위에는 가마 솥에서 피어 오르는 것 같은 뽀얀 수증기가 모락 모락 피어 오르고있었습니다.
날씨는 이보다도 더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음악회 시간이 임박해 오자 주차장에는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섰습니다. 손님들의 얼굴마다 웃음 꽃이 활짝 핀 모습입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안내원들은 일일이 오시는 분들의 손을 잡으면서 교회당 안쪽 맨 앞 줄부터 차례대로 앉게 하였습니다. 앞 네 줄은 한국 전 참전 용사 분들과 유진시장, 스프링필드 시장의 자리로 비워두었습니다. 21년 전 이 행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참전 용사 분들의 숫자는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가 바뀔수록 매년 그 숫자는 줄어들더니 지난 해에는 가득찬 청중 가운 데 다만 여섯 분 만이 참전 용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곁에 바짝 붙어 앉은 분들은 그 가족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이었습니다.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하던 한 참전 용사는 지난 해 여름에 부인을 먼저 천국으로 보낸 후 얼마동안 혼자 거주하다가 따뜻한 지방으로 이사를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고등학생 셋이서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으로 “스와니 강”과 “내주를 가까이 하게함은”을 연주함으로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250명의 청중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숨을 죽였습니다. 합창단이 두 곡의 찬양을 부른 후 두 쌍의 꼬마들의 약간은 어색한 꼭두각시 춤이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곳 오레곤 주립대학에 재학 중인 우리 여학생이 미국 애국가를 부를 때 모든 청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하게 경청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하였습니다. 스프링필드 시장은 환영사를 통하여 “우리 스프링필드 시에서 한국 교회가 펼치는 이 뜻 깊은 음악회를 통하여 미국에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하고 한, 미간 상호 존중하게 함으로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 시에서 이러한 한국 교회의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을 다짐합니다...” 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재향 군인회 회장 닉 우어하우젠이 등단하여 자리에 참석한 한국 전 참전 용사분들을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 앞으로 나오도록 하자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이처럼 걸어 나오는 분을 필두로 구순 중반이 되신 다섯 분의 용사들이 앞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젊은 우리 합창대원들과 교우들이 달려 나와 팔짱을 끼고 안전하게 단 위에 서게 하자 마치 옛날 군인의 신분으로 되돌아 간 듯 일렬 행대로 줄을 맟추어 청중을 향하여 섰습니다. 저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이 전쟁에 휘말려 풍전등화와 같이 공산화의 위험에 빠졌을 때 여러분은 달려와서 우리 나라를 구출해 주었습니다. 이제 연로한 여러분의 곁에는 든든한 우리 젊은 이들이 서 있습니다.” 청중 석에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시애틀 총 영사관의 명예 영사 수잔께서 입양아 가족들을 불러내었습니다. 한국 동란 이후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입양하기 시작한 홀트씨는 전쟁 후 폐허로 변한 한국으로 향하기 앞서서 하나님의 말씀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술회한 적이 있습니다.
“Isaiah 43:5-6 “5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여 네 자손을 동방에서부터 오게하며 서방에서부터 너를 모을 것이며 6 내가 북방에게 이르기를 놓으라 남방에게 이르기를 구류하지 말라 내 아들들을 원방에서 이끌며 내 딸들을 땅 끝에서 오게 하라...” 이사야 선지자가 남긴 이 말씀은 2천 7백년 후에 홀트씨의 마음을 움직여 동방의 한 나라를 찾아가 전쟁고아들을 입양하는 구원의 큰 역사를 이루어 내게 하였습니다. 무대 위에 올라 온 한 한국의 입양아는 양 부모의 손에 이끌려 여러해 동안 음악회에 참석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모습은 몇해 전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심하였던 언청이의 얼굴은 말끔히 수술되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흔적을 찾을 수없을 만큼 깨끗하게 고쳐져 있었고 그 양 어머니는 대견한 듯 부지런히 카메라 샷트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의 양 아버지는 저의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우리를 매년 초청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할 일을 해 주시니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년에 또 뵙기를 바랍니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