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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역사 이야기

[한국선교사 열전] 55-1 초기 선교사들의 결혼 ①


선교사들의 결혼에 관한 사례들

초기 개신교 결혼식 사진

선교사들의 서양 결혼식에 모인 구경꾼들(평양)

1886년 5월 22일, 미국에서 조선(한국)으로 가기 위해 애니 엘러스 선교사가 탄 증기선 ‘시티 오브 페킨(City of Pekin)’

에는 그녀 외에 육영공원 교사로 조선(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조선(한국)으로 가는 길모어와 헐버트, 벙커 선교사가

동행하고 있었다. 길모어 선교사는 기혼으로 부인을 대동하고 있었고, 헐버트 선교사에게는 뉴욕 유니온신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메이 한나(May Belle Hanna)라는 애인이 있었다. 헐버트 선교사는 1888년 9월 뉴욕에서 그녀와 결혼을 했다.

내한 선교사들의 결혼과 관련하여 길모어 선교사, 헐버트 선교사, 벙커 선교사는 각각 전형적인 패턴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길모어 선교사처럼 미리 결혼을 하고 부인 또는 남편과 함께 내한한 경우, 헐버트 선교사처럼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본국에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던 경우, 벙커 선교사처럼 선교지에서 만나 결혼을 하게 된 경우의 세 가지가

대부분의 선교사들의 결혼 방식이었다.

따라서 결혼 적령기를 맞이해 내한한 미혼의 남녀 선교사들이 서로 사랑을 고백하며 결혼까지 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독신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을 갖도록 장려되는 상황이었다. 조선(한국)에 온 선교사들 가운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애니 엘러스와 벙커 선교사의 사랑과 결혼이었다.

그런데 벙커 선교사는 독신에 애인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엘러스와 벙커 선교사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었다.

다소 지루한 배 안에서 오랜 여정을 함께 지내며 같은 나라, 같은 장소로 가는 일행이 나눈 첫 인사 이후의 교제들을

떠올리면 정확한 단서는 없지만 짙은 사랑의 혐의에 대한 심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녀는 배 위에서부터 들떠 있었다.

그녀의 회고 속에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다.

“증기선에서는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 또 얼마나 이렇게 순박하고 무턱대고 대담하기만 했던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위대하고 놀라운 상상들과 열망들과 희망들과 기대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인지!”(Annie Ellers Bunker, “Personal

Recollections of Early Days,” Within the Gate, 1934, 58.)

이런 일은 이미 다른 나라 선교지에서도 아주 많이 나타나고 있었던 현상이었기 때문에 미국 북감리회 해외여선교부의

경우, 독신 여성을 선교사로 파송하면서 최소한 5년 이내에는 결혼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런 조건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대에 따른 명분적인 조건에 불과했다. 초기 선교사들의 실례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알렌선교사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사역을 위해 엘러스가 언더우드 선교사와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더우드 선교사는 엘러스의 후임으로 내한한 릴리아스 호튼 의사와 결혼하였다.

장로교 역사협회의 문헌에 보면 알렌 선교사가 선교사들의 중신에 열심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엘러스의 후임으로 정동여학당을 맡은 메리 헤이든은 다니엘 기포드 선교사와 결혼하였고, 그녀의 뒤를 이어 내한한

수잔 도티는 나중에 다시 프레드릭 밀러 선교사와 결혼하였다. 헤론 선교사가 갑자기 죽고 나서 미망인이 된 헤론 부인은

제임스 게일 선교사와 결혼하였으며, 이화학당을 위해 교사로 내한한 마거릿 벵겔은 조지 존스 선교사와 결혼했다. 이러한

선교사들의 결혼 또는 재혼과 관련된 일은 상당히 많았다. 그 결과 3∼4대에 걸친 선교사 가족들의 역사 안에는 나름대로의

복잡한 혈연관계가 형성되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없다.

박흥배 목사
안디옥 세계선교협의회 회장
왈브릿지 열방교회 담임목사
revpark0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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